[차중진담] 오늘도 근무 중 이상 무! 청계천을 지키는 숨은 히어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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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서울이야기꾼 | 조회수 | 7290 |
등록 부서 | 홍보마케팅실 | ||
등록일 | 2015/06/29 13:53 | ||
일상에서 벗어나 청계천 산책로를 따라 잠시 유유히 걷다보면 자연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요즘 같은 여름철이면 서울 시내 다른 하천과 달리 청계천 주변은 늘 시원해 도심 속 휴식을 즐기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인다. 덕수궁, 인사동, 세운상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풍물시장 등 서울의 오래된 역사적 장소를 품고 있는 청계천은 어느덧 서울의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듯 관광객과 시민들의 발걸음이 잦아질수록 가볍게는 시설 점검부터 크게는 안전사고까지 그 곳을 지키는 손길은 더욱 분주해진다. 청계천이 시민과 관광객의 휴식처로 지금처럼 사랑받기까지는 그 곳을 지키는 숨은 히어로, 바로 시설안전요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청계천 광장에서 중량천 합류 지점까지 24시간 청계천 산책로 8.12km를 지키는 숨은 히어로 중 하나인
청계천관리처 문수명 반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쉴 새 없이 무전이 바삐 오고가는 틈을 타 첫 질문을 던졌다.
_Q. 언제부터 청계천에서 근무하셨나요? 담당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시겠어요?
2006년 10월부터 9년 째 청계천을 지키고 있습니다. 주된 업무는 시설안전요원이라고 해서 시설 이상 여부, 안전점검과 순찰이 주 업무입니다. 주로 점검하는 시설은 출입로, 출입계단 파손 여부, 산책로 중간 중간과 의자 등 시민 편의 시설 파손 여부 및 청계천 가로수 이팝나무 손상 여부 등을 체크하고 비가 많이 올 때는 징검다리 토사가 유실되어 흔들리는 곳은 없는지 안전사고에 대비해 점검을 합니다. 이 외에도 산책로 청결 및 벽면 낙서, 교량 밑에 비둘기 오물 처리 등 매일 기본적인 청소 업무가 있으며 매주 금요일 아침 9시부터 18시까지에는 전 직원 대청소를 진행합니다.
순찰 점검 중 파손된 부분은 사진으로 찍고, 상황실에 보고하는데, 응급상황의 경우에는 선 조치 후 보고로 진행을 합니다. 안전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119 바로 신고 후, 다친 시민의 상태를 확인하고 접근금지 안전띠 등 2차 사고를 예방을 위한 주변 상황 정리를 하고요. 이후 청계천 상황실에 보고해 상황실 지시에 따라 추후 조치를 취해요. 불이 나거나 긴박한 상황도 119나 112에 신고 후, 후 보고를 하고 있고 각 상황별 매뉴얼을 만들어 모두 소지하고 있어요. 가장 기본이 되는 순찰 업무는 청계천 산책로 8.12km를 총 3개 구역으로 나뉘어 평일 왕복 5회, 주말 왕복 7회 도보 순찰을 진행하고 순찰 거리가 멀다보니 급한 상황일 때는 자전거로 이동을 가동력을 높여요. 총 4개 조가 오전 9시 ~ 18시, 18시 ~ 익일 9시까지 2교대로 근무를 진행하는데 저는 1구역(청계광장부터 세운교까지)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_Q. 청계광장부터 세운교는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구간이라고 들었어요. 특별히 1구간만의 업무 특징이 있나요?
청계광장이 청계천 산책로에서 중요한 요충지이다 보니, 기본 업무 외에도 여러 가지 상황들이 많이 발생해요. 허가받지 않은 행사, 전단지 배포, 장사 등 불법 상황에 대한 조치를 취하는데, 1차 허가 여부를 확인하고 허가가 된 것이 아닐 경우, 다른 곳에서 진행해주실 것을 부탁드려요. 또한 신고 되지 않은 집회가 감지되면 상황실에 보고를 하기도 하고요. 모전교 팔석담 ‘행운의 동전’ 같은 경우도 여름철이면 장난으로 동전을 주우려고 아이들이 물속에 들어가 뛰다가 넘어져 다치는 경우가 종종 있어 각별히 주의가 필요해요. 참 청계천 행운의 동전에 던져진 동전을 매일 밤 수거하는 업무도 담당하고 있어요.
_Q. 아! 청계천 행운의 동전도 직접 수거하세요?
동전 수집은 매일 야간 9시에 하는데, 요즘은 메르스 때문에 중국 관광객이 적은 편이라 양이 많이 줄었어요. (매일 수거하시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것 같아요?) 여름철에는 방문객이 늘어 동전 양이 많고, 하루 만에도 이끼가 많이 껴서 수거가 힘들어요. 겨울은 또 겨울 나름대로 춥고, 손이 시리니 힘들고요. 하지만 동전 하나하나가 ‘청계천 꿈디딤 장학금’으로 저소득층 청소년과 해외 아동을 위해 유네스코에 기부된다고 하니 힘든지 모르고 기쁘게 수거하고 있습니다.
_Q. 그러고 보니 여름철, 겨울철에는 특히 힘드실 것 같아요. 순찰을 돌 때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청계천은 비가 많이 올 경우를 제외하고는 24시간을 개방합니다. 겨울철, 여름철에 특히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해요. 요즘 같은 날씨에 야간 순찰을 돌다 보면 음주를 즐기시는 분들이 많은데 청계천에서 음주는 불가합니다. 아직까지 모르고 드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시민 분들에게 조례 사항을 설명 드리면 공감을 하고 음주, 흡연을 즐기다가 다른 곳으로 가시는 분도 있지만, 서울시 조례사항만 있고 처벌 조항이 별도로 없다보니 시민분과 충돌을 할 경우들이 종종 있어요. 계도만으로 한계가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음주, 흡연, 쓰레기, 자전거, 인라인, 킥보드, 취침, 텐트 불가 등 시민들께 안 되는 것만 말씀드려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저도 마음이 불편합니다. 하지만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곳이고 무엇보다 편안하게 즐기기 위해 구성된 공간인 만큼 흡연이나 음주 등 자신의 안전도 위험하고 타인에게도 불쾌할 수 있는 행동은 자제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_Q. 음주 사고가 발생하는 상황이 종종 있다고 들었어요.
어느 겨울날 영하 10도가 넘는 날씨였는데 순찰하다 보니 청계광장 아래 폭포에 뭐가 움직여서 가보니 사람이 기어가고 있었어요. 알고 보니 여자 분이 폭포 속에서 자살을 하겠다고 들어간 거였어요. 술에 취해 일어나지도 못해서 경찰과 119를 부른 뒤 직접 들어가 그 분을 구했는데, 물속에서 나오자마자 옷이 다 얼어붙더라고요. 저체온증으로 위험할 수도 있었던 사고라 많이 놀랐던 당시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도 20대 후반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분이 청계천에서 술을 마시고, 남자분이 여자분을 강제로 업고 가다 넘어져 두 분 다 치아가 깨져 크게 다치는 사고도 있었어요. 또, 같은 날 두 번이나 자살기도를 한 사람도 있었어요. 비가 많이 온 날이었는데, 마전교 순찰을 돌던 중 떠내려가는 사람을 구해서 소방서와 경찰서로 인계를 하고 다시 순찰을 돌았어요. 그런데 새벽 2시 반 경에 같은 자리에서 또 사람이 떠내려가는 거예요. 모두 동원이 되어서 1m 가량 떠내려가던 시민을 건졌는데 같은 사람이었어요. 밤 11시 쯤 신원 파악 후 귀가 조치되었는데, 다시 청계천으로 온 거죠. 이 분 한 분으로 출동한 경찰과 119 대원만 몇 명이었는지 몰라요. 다른 곳에서 정말 위급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런 상황들이안타깝죠.
_Q. 음주 외에도 여름철 청계천에서 특히 주의해야 할 안전사고는 어떤 것이 있나요?
여름철에는 돌발성 집중 강우에 미처 대피하지 못해 고립된 시민이 발생하는 등 긴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안전사고에 각별히 대비하고 있어요. 지난 19일에는 시민 구조 모의 합동 훈련도 마쳤습니다. 청계천 상황실에서는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폭우가 예고되면 비상 상태에 돌입하는데, 비가 많이 올 경우 1차로 안내 방송을 해요. 대피 방송 외에도 저희가 계속 수시 순찰을 돌면서 안내를 합니다. 간혹 대피 안내 방송을 듣고도 청계천에 내리는 비의 양만 생각하시고 소홀히 생각하시는 경우가 있는데, 청계천은 평상 시 서울시민의 행복한 쉼터지만, 사실 서울 강북지역의 물을 한강으로 빼내는 중요한 치수 기능을 하고 있어요. 15분 동안 3mm이상의 비가 오면 자동으로 치수 기능을 하는 수문이 열리고, 이로 인해 외부에서 유입되는 물이 몇 분 만에 산책로를 침수시켜요. 그래서 돌발성 강우가 올 경우에는 시민분이 고립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장마철 특수 안전 기간인 5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는 수방요원이 보충되어 각 구간별 4명이 한 조를 이뤄 순찰을 진행하고 있어요. 순찰 외에도 상황실에서 CCTV등으로 안전 상황을 체크하고 있지만, 청계천의 범위가 넓고 수풀, 갈대가 우거진 지역은 잘 확인이 되지 않아 시민의 협조와 도움이 필요합니다.
_Q. 지금까지 근무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조금 오래 전 일인데 월요일 아침 순찰을 돌던 중 지갑을 주웠어요. 현금은 하나도 없었는데 신용카드랑 학생 신분증이 있었어요. 우체통에 넣을까하다 지갑에 전화번호가 적혀 있어 연락을 했는데, 지갑 주인이 찾으러 오겠다고 하면서 택시를 타고 바로 청계천으로 왔더라고요. 전날 술을 먹고 청계천에 들렀다가 지갑을 잃어버렸다는데, 현금이 있었냐고 물어보니 대학교 등록금이 들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오늘이 등록금 마감일인데 집이 지방이라 은행에 가서 카드를 발급받으려니 신분증도 없고,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연락이 와서 너무 고마웠다며 연신 인사를 하고 가더니 돌아와 음료수 하나를 건네주고 갔는데, 안타까운 마음에 나도 눈물이 났던 기억이 나요. 물론 기분 좋은 일들도 많아요. 청계광장 팔석담 아래 ‘행운의 동전’ 아시죠? 어느 날 아침에 순찰을 도는데 젊은 여자 두 분이 가방에서 한 뭉텅이의 동전을 꺼내서 계속 던지는 거예요. 무슨 동전을 저렇게 많이 던지나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그 중에 한 분이 여기서 동전을 던지고 복권을 샀는데 크게 당첨이 되었대요. 그래서 몇 만원치 동전을 던져 보답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제게도 순찰하시느라 고생이 많다고 음료수를 건네고 갔는데, 이런 일을 보니 저 역시 뿌듯하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죠.
_Q. 제일 많이 들어오는 분실물은 뭔가요? 그리고 습득한 분실물 처리는 어떻게 하나요?
가방, 핸드폰 분실물이 제일 많아요. 분실물을 습득하면 일단 청계천 상황실에 보고한 후 인계해요. 야간에는 중요한 물건일 경우 경찰서에 신고하는 경우도 있어요. 청계천에서 물건을 분실한 경우에는 상황실에 문의를 주시면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어요. 청계천종합상황실 02-2290-7111~2
_Q. 청계천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청계천이 관광명소로서 시민과 해외 관광객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개인적으로도 정말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요. 시민들에게 청계천이 편안한 휴식처가 되고 아무런 사고 없이 편안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더 바라는 게 없어요.
문수명 반장님이 인터뷰 동안 가장 많이 반복했던 이야기는 시민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놀고 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일상적인 청소부터 시설 안전점검, 24시간 순찰 업무까지. ‘시설안전요원’이라는 명칭을 넘어 마치 내 집에 온 손님을 대접하는 마음으로 혹은 자식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청계천을 꿋꿋이 지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매일 수천 명의 시민과 관광객이 드나드는 곳이다 보니
“술 드시면 안 된다”, “거기 위험하니 나오셔야 한다.” 등 자칫 잔소리로 들릴 수 있는 악역을 도맡아 하고 있었지만, 사실 그 잔소리 뒤에는 그 누구보다도 시민의 안전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깃들어있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왠지 무뚝뚝하지만 언제나 자식의 뒤편에서 든든히 지켜봐주고 도움의 손길을 먼저 내미는 우리네 아버지가 떠올랐다. 오늘도 청계천 산책로 시설안전요원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잔소리꾼 아버지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당신들 덕분에 청계천의 안전은 오늘도 이상 무가 아닐까싶다.
차중진담은 차를 마시는 중에 나오는 진심 담긴 담소를 담은 인터뷰 시리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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