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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도로환경처 어벤져스
작성자 안** 조회수 4756
등록일 2016/08/08 19:08
7월 27일이었어요.
간경화 말기의 형을 간호하며 힘들어하는 옛 친구의 기분을 풀어주려 마셨던 술이 과했나봐요. 어떻게 집에 왔는지도 기억이 안날 정도였는데 다음날 일어나보니 휴대폰이 없더라구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 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역시나 전화기가 꺼져있었죠.

'요즘 누가 전화기를 찾아주겠어. 버리던지 팔던지 하겠지..'

그러면서도 계속 전화를 하게되더라구요. 그런데!! 누군가 전화를 받은거에요.
화랑대 역으로 오라면서.. 마침 1호선 석계역 근처라 바로 화랑대역으로 갔습니다. 멀리 어떤 분이 서 계시더라구요.

"새벽에 우리 직원이 일하다가 주웠대요. 배터리가 없어서 충전해놨었는데 그 직원은 퇴근해서 제가 가지고 나온거에요."

적지만 사례라도 하고 싶었으나 손사래를 치시며 황급히 자리를 뜨셨습니다. 출근을 했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건 아니다 싶더라구요. 성함도 여쭤보질 못한거에요.

그 분이 입고 계셨던 밝은색 형광 조끼에 적혀있던 글씨를 떠올리며 인터넷지도로 화랑대역 근처를 연신 검색했습니다. 120 다산 콜센터로 전화도 해보고 화랑대역에 있는 공영주차장에 근무하시는 분과도 통화를 해봤지만, 오전에 ?던 그 분을 찾을 수가 없었지요.

29일, 화랑대역을 찾아갔습니다. 기억을 더듬어서라도 꼭 찾고 싶었어요. 마침 그날 화랑대역 공영주차장에서 일하시는 분이 저와 통화했던 분이더라구요. 그분께서 도로는 서울시설공단에서 관리하고 있으니까 그곳에 전화를 해보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화랑대역에서 멀지않은 곳에 중랑구 시설관리 본부가 있더라구요. 그곳을 먼저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형광조끼를 입고 일하시는 분은 그곳에 한 분도 없다고 하더라구요.

서울시설공단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자초지종을 이야기 했더니 전화를 끊고 잠시 기다려달라고 하셨어요. 전화를 주으셨다는 분과 직접 통화할 수 있었습니다. 잠시후 오후 작업을 마치고 복귀하시던 도로환경처 환경팀 분들이 화랑대역에 와주셨어요.

저에게 전화기를 전달해주신 분은 이호상 선생님이시구요. 새벽에 일을 하시다가 전화기를 습득하신 분은 연헌주 선생님입니다. 어디서 어떻게 전화기를 습득하게 되었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셨어요. 서울시설공단이라고 적힌 노란 트럭 두대가 나란히 도로 한켠에 서고 세분이 내리셔서 저의 딱한 사정을 들어주시는데 그분들은 마치 어벤져스 같았어요^^ 트럭도 뭔가 복잡한 장치가 많이 달려있고 세분이 오랫동안 함께 일해오신 것 같은 "포스"가 느껴졌습니다.

연헌주 선생님은 그날이 야간근무 하시는 날이었대요. 이호상 선생님을 포함 함께 화랑대역에 들러주셨던 세 분은 그 날 주간근무이었겠지요? 그래서 연헌주 선생님은 얼굴을 뵙지 못했습니다.

대부분 습득물을 찾아주면 고마워하지만 의외로 곤란하게 하거나 귀찮게 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제가 겪어봐서 알아요. 연헌주, 이호상 선생님도 그런 사실과 상황을 아실텐데 제 전화기를 기꺼이 찾아주시고 절 만나주셨어요. 화랑대역 4번 출구 근처에는 그 흔한 편의점도 없어요 ㅠㅠ 시원한 음료라도 대접하고 싶었는데 말이죠... 노란색 트럭 두 대가 멀어져가는 모습을 보면서 연헌주 선생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어요.

그런데,

연헌주 선생님께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저희는 그냥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을 했을뿐입니다.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이니까요. 물건을 찾아주면 가끔 힘들게 하는 분들도 있지만 어쩌겠어요 그래도 또 물건을 주우면 찾아줘야죠."

요즘에는 국회의원들, 검찰 경찰 공무원들... 자기 일이 아닌것에 마음두는 사람들이 참 많아요. 이런 세상에 저는 빛나는 분들을 만난거에요. 도로환경처 어벤져스^^ 서울시설공단 도로환경처는 얼굴보고 채용 하나? 세 분다 잘 생기셨음^^

음료수 들고 함 갈께요^^ 나머지 분들 성함도 알아야죠

이분들 칭찬합니다. 도로환경처 어벤져스 연헌주, 이호상 그리고 나머지 두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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