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을 가르던 청계천, 심해를 경험한 후 새롭게 떠오르다. | |||
---|---|---|---|
작성자 | 장인우 | 조회수 | 2634 |
등록 부서 | 장인우 | ||
등록일 | 2011/10/21 22:23 | ||
이번 답사는 청계천의 모습을 깊숙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서울을 서에서 동으로 가르며 우리 조상들의 삶의 터전이자 문화의 공간이었지만 악취와 위생 미관상의 문제로 복개공사를 시행하며 깊은 심해속으로 빠지게 되었다. 심해를 경험한 후 다시 떠오른 청계천의 모습은 과거의 역사, 우리조상들이 청계천에서 느꼈던 즐거움, 기쁨, 슬픔 등의 여러 감정들을 공간으로 재해석하여 오늘날 다시 새롭게 태어났음을 느낄 수 있었다. 청계천의 정문에 해당하는 청계광장에는 팝 아티스트 올덴버그의 스프링이라는 작품이 세워져 있었다. 청계천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에 반해 외국작품을 선정하여 세운다고 설치 당시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었다. 나도 논란이 일어날 당시 기사를 통해서 주의 깊게 보았는데 청계천의 역사적 의미와 팝 아트와의 만남, 이렇게 글로 썼을 때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지금의 청계천은 과거의 모습들을 기억속에 간직하며 새롭게 다시 태어난 공간이라 생각한다. 외국 작가의 작품이 청계천의 역사적 가치와 의미에 대한 우리의 기억을 해치지 않음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정해진 정답은 없겠지만 이 현대적 조형물은 초고층빌딩으로 둘러쌓인 청계천에 오히려 힘을 불어 넣는 존재가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보았다. 청계 폭포에는 조선 8도에서 나온 돌로 꾸며져 있었다. 돌에는 강원도, 전라도 등 생산된 장소가 표시되어 있었다. 만남과 화합, 평화와 통일을 의미한다고 한다. 나는 재료의 생산지를 통해서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아이디어가 참 신선했다고 생각했다. ‘청계천은 빠르게 변하고 있구나’ 청계천을 따라 걷기 시작하자마자 내 머릿속에 떠올랐던 생각이다. 1년전에 왔던 청계천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바로 생태적 부분이다. 1년전만 해도 청계천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조금만한 피라미가 드문드문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붕어, 잉어, 깨끗한 물에서만 산다는 모래무지 등이 눈에 밟힐 정도로 많이 있었다. 식생 또한 자리를 잘 잡은 느낌이었다. 물억새 등이 청계천 주변으로 무성히 자라있어 바로 ‘河川’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었다. 이렇게 동,식물의 개체가 급격히 증가하는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하천 가장자리에는 물고기가 알을 잘 낳을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 두었고 해설사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었는데 하천의 수질을 위해 식생 관리 시에도 약을 전혀 뿌리지 않고 자연그대로 둔다고 하였다. 단지 식생이 무성해질 경우 자르는 정도인 소극적 관리 수준이라고 하였다. 청계천의 벽면으로는 유명인의 시, 정조의 행차도 그림, 그리고 시민이 참여하는 다양한 예술활동 등이 다채롭게 꾸며져 있었다. 이는 청계천이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문화를 감상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임을 알 수 있었다. 청계천을 다시 잘 복원해서 관리도 꾸준히 하고 있지만 이를 알리려는 마케팅 전략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계천을 찾아가는데 안내표지가 많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만약 외국인이라면 청계천을 찾아가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또한 간간히 보이는 안내표지는 청계천의 특색을 한눈에 느낄 수 없었다. 마케팅 전략이 승패를 좌우하는 시대에 우리는 이러한 노력을 조금 등시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잘 만들어진 디자인은 청계천의 이미지 창출뿐만 아니라 가치와 의미 또한 이를 통해 외국인에게도 쉽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답사를 다니면서 매일 느끼는 감정이지만 공간이 더욱 아름답게 보여지고 좋았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은 공간 자체의 아름다움 보다는 이용자들의 모습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더 많을 것이다. 뉴욕의 센트럴파크가 왜 전세계가 인정하는 공원인가에 대한 정답 또한 그 맥락과 같을 것이다. 청계천이 앞으로 더욱 빛날 수 있는 길은 그 장소를 이용할 때 표현되는 우리의 행동과 표정에 있지 않을 까 생각해 본다.
한국전통문화학교 전통조경학과 장 인 우 |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